혼마의 겨울이야기
DATE 11-12-09 15:29
글쓴이 : 문정 조회 : 2000     
Live / Oil on Canvas / Honma Motofuku
 
12월은 누구에게나 다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좀 더 알차게 마무리하고자 마음 분주한 시기이기에 마련이다. 미술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있어서도 유스시절의 마지막 겨울이라는 아쉬움에 다소 흥분된 연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화실의 입시생들의 모습에서는 미처 겨울의 시작됨도, 그리고 연말이라는 들뜬 마음도 느끼기 이전에 자신의 미래를 향한 실질적 첫 매개체이자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결정적 역할을 해주는 대학준비의 마무리에 가장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는 안타까움을 보게 된다.
이번 년도에도 드림아트에는 십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막바지 포트폴리오 마감작업에 열중을 가하고 있다. 겨울이 되면서 일찍 시작되는 어둠과 함께 불이 밝혀진 화실은 모든 스텝들이 퇴근한 10시 이후에도 여전히 화실에 남아 스스로 작품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그들의 미래는 밝을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을 얻곤 한다. 오늘은 이곳 텍사스의 겨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추운 곳은 결코 아닌데도 유난히 추위를 타고 있는 나의 한 학원생, 혼마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미국에 있는 미술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 드림아트에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혼마는 일본인으로 지난해에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다.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유학생활을 시작한 것은 벌써 수년 전 한국에서부터였다. 일본 학생이지만 혼마는 한국에서 선화예중과 선화예고를 졸업한 미술적 재능이 아주 많은 학생이다.
혼마와 나와의 인연은 선화예고에서 혼마를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미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재학시절 전국 학생 미술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경력과 함께 서울대학에 조기전형으로 합격할 정도로 실력이 우수한 학생이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미국행을 결정하는 데는 그가 남다른 비전을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유학생들에게 미국 대학생활 중에 가장 크게 부딪히는 것은 언어장벽이다. 미국 미술대학으로 유학을 온 한국 학생들의 경우 실기면에 있어서 표현력이나 관찰력 등은 보편적으로 탁월하게 앞서는 실력들을 갖고 있다. 
물론 대학마다 가지고 있는 커리큘럼에 있어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문 아트 칼리지의 경우 대학 1학년때부터 대부분이 실기과정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기에 유학생들의 경우 처음 1학년 과정에서 실기적으로 부족할 이유는 없지만, 문제는 수업을 듣고 이해하는 데는 물론이고, 자신의 작업과정을 노트해서 제출한다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언어장벽을 갖고 있는 데서는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우리 유학생들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혼마가 대학 중에서의 유학과 대학 졸업 후의 유학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모든 것을 제쳐두고 1년이라는 시간을 미루면서까지 먼저 언어공부와 함께 미국 대학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기 위해 대학진학 자체를 미국에서 준비하기로 결심하고, 이곳에 와있는 데는 앞으로 아티스트로 살아갈 자신의 앞날에 대한 깊은 생각에서 온 것으로 안다.
현실적으로 미술분야를 이야기하자면 월드시대인 지금은 한국에서만 미술을 전공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뒷받침해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며, 또한 정식 작가로서의 길을 삶을 산다 할 지라도 보다 많은 경험과 다양한 미술분야의 습득은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갖게 하는 데까지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다.
처음 혼마의 대한 나의 포트폴리오 지도는 혼마가 갖고 있는 탁월한 미술적 재능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을 깨트리는 수업이었다.
일반적으로 미술대학을 진학하고자 스튜디오를 찾는 학생들에게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도록 미술의 파운데이션을 가르치는 반면에 혼마에게는 사물을 보는 시가과 미술에 대한 사고의 개념을 무너뜨리는 방법을 지도했다는 점이 다른 교수법이었다.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의 혼마의 작품을 보노라면 놀라울만큼 성숙되고 세련된 개성있는 작업을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대학 어플라이가 한참인 지금 이미 일부 명문미술대학으로 부터 포트폴리오를 인정받은 상태로, 유학생이지만 보다 많은 장학금을 받고자 포트폴리오의 완성도를 높이며 토플점수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혼마의 모습은 이 겨울 나의 화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해주고 있다.